물도···축산폐수도···산업쓰레기도···'한방에'
끌어올린다
충남의 한 중소기업이 독특한 원리로 펌프를 개발, 국내 펌프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모든 펌프가 임펠러(둥근 막대상에 같은 간격으로 배치된 날개 모양의 원판)의 360도 회전원리를
이용한 반면 이 펌프는 임펠러의 회전 없이 원판의 기울기 운동만으로 63빌딩 꼭대기까지 물을 뽑아올릴
수 있다.
이 원리를 개발한 업체는 연기군 소정리 소재 한승산업.
한승산업은 1997년 축산폐수나 음식물 쓰레기, 철강업체의 산업쓰레기 등 고체 물질이 섞인 고점도의 액체를
뽑아낼 수 있는 펌프 개발에 착수했다. 이듬해 각운동(기울기 변화)을 활용한 '자이로 펌프' 개발에 성공했다.
360도 회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이 있는 끈 종류의 물질이 유입돼도 축에 감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취급 물질의 성질에 따라 내부 재질을 부분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고안돼 구동 모터의 손상이 거의
없다.
또 펌프 내 구동축과 연동축의 연결 부위에 완충 스프링을 설치해 고체 물질이 흡입되더라도 과다한 충격을
흡수, 운동체의 기울기 변화폭을 그대로 유지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승기업은 당초 모노 펌프의 기능 개선을 연구하면서 임펠러의 운동원리인 360도 회전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펌프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몇 차례의 실패 이후 한승기업은 중심축에 직각으로 교차하는 축 주위의 관성 공간을 활용할 경우 360도
회전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발견, 각운동량을 사용하는 '자이로' 방식을 고안했다.
한승기업은 자이로 펌프 모델로 1999년 400여대의 펌프를 생산했지만 구동축과 연동축의 연결 부위가
매끄럽지 못해 400대 모두를 리콜하는 진통을 겪었다.
물질 흡입 공간을 진공으로 유지하려다 보니 펌프 내 구조가 경직돼 잦은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승기업은 이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동축에 스프링을 사용하는가 하면 펌프 내 부품들을 물성
(흡입 물질의 성질)에 따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지금의 자이로 펌프를 완성했다.
한승산업은 1998년 국립기술품질원,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국립공업시험원 등을 통해 1분에 209ℓ의
물을 최고 152.3m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괴력을 검증받았다.
이러한 놀라운 실험 결과는 일단 축산업계로 퍼졌다.
점성이 높은 축산폐수로 잦은 고장이 나는 펌프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국내 축산 농가들은 자이로 펌프 사용
이후 유지비용을 최고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었고 이러한 자이로 펌프의 성능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한승산업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일선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펌프 교체 움직임이 시작돼 2003년
현재에는 경기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3000여 축산농가가 자이로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펌프보다 자이로 펌프가 점성이 큰 물질(축산폐기물, 음식쓰레기 등)을 고장없이 원활히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천안 동부철강 사업소도 자이로 펌프의 성능을 소문으로 듣고 펌프를 교체하는 등 자이로의 인기는
축산농가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펌프 유통망 진출은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 펌프 유통망이 아무리 국내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펌프가 등장해도 그 펌프를 끼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승산업은 현재 실용신안등록을 마치고 오는 6월 선정 예정인 대통령 우수 중소기업 제품 대상으로 추천되기도
하는 등 기존 시장의 배타성에도 굴하지 않고 차분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승산업은 1989년 산업용 윤활유 도·소매업소로 출발, 1994년에 축산용 펌프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인 1995년
자체 개발 펌프를 시판하기 시작했으며 98년에는 자이로 펌프 개발에 성공했다.
1999년에는 COEX(한국종합전시관) 축산기자재 국제 무역박람회에 참가했고 2000년에는 일본 히타치사에
펌프를 수출하기도 했다.
2003년 03월 25일
최선중 기자 best-ing@cctoday.co.kr